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 (함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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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약 부작용 무시 못해…환자와 충분히 소통해 처방을”
| 정신과 약물 처방, 환자 선택권 존중 목소리 커져
정윤주(48)씨는 7년간 복용하던 수면제들을 차례로 끊으면서 1년 동안 감당할 수 없는 부작용들을 견뎌야 했다. 두통에 시달렸고, 체온조절이 안 됐으며 근육 통증과 구토가 동반됐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자살 충동’이었다. “사람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다. 정씨는 약에 의존하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결심에 이토록 ‘혹독한 대가’가 뒤따를 수 있다는 경고를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다. 약을 끊는 것이 효과만큼이나 부작용이 크단 사실을 의사로부터 고지받았더라면…. 그는 “선택을 달리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씨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환자와 의료인들이 “정신과 약의 효과와 부작용을 견줘, 의사와 환자가 함께 약을 선택하자”는 시민운동에 나섰다. ‘함께하는 약선택을 통한 회복 실천운동’(함약회) 회원 20여명은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목소리를 냈다. 같은 시각 호텔에서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주류 의학계를 향해, 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충분히 소통해 환자의 의사를 존중·보장하라는 집단적 목소리가 처음 터져 나온 것이다. 한달 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환자와 의료인 10여명으로 시작한 모임의 덩치는 현재 100여명까지 불어났다. 의사·간호사·상담사·사회복지사 등 전문가 30여명과 정신질환 당사자 및 가족까지 포함됐다.
정신과에서 약물은 매우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모든 약물이 그렇듯 부작용을 완전히 없앨 순 없어 신중한 처방이 중요하다. 함약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장창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3일 “정신과는 다른 과에 견줘 약 처방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편이고 뇌에 작용하는 정신과 약에 대한 환자의 반응이 다양할 수 있다”며 “이 지점에서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균형을 잡지 못하면 환자가 힘겨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신과 환자와 의사 모두 “마음이 고장났으니 전문가에게 맡겨야 된다”는 인식에 빠지기 쉽다고 장 전문의는 지적한다.
문제는 진료 현장의 ‘일방통행’이 환자의 고통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정신과 약의 부작용은 몸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부작용은 정신질환의 증상과 혼돈될 수 있고, 당사자가 이를 호소하면 되레 정신과 약이 늘어나는 경우까지 있다는 게 함약회의 주장이다. 장 전문의는 “부작용은 ‘약물치료의 피할 수 없는 위험’이다. 환자는 의사로부터 부작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하고, 복약한 뒤에도 증상에 대해 충분한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 약물 부작용 사례도 이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1년 정신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405만8855명으로, 2019년(362만7452명)보다 3년 새 11.9% 늘었다.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15년간 다량의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복용하다가 부작용을 겪고 있는 배윤우(30)씨는 “항우울제를 먹고 근육통이 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할 때가 많았지만, 의사는 부작용이 아니라며 되레 약을 증량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고 적응하는 데까지 잇따르는 부담과 고통은 환자들이 떠안아야 할 몫이다. 약을 결정할 때 의사와 환자가 충분히 소통해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90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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