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가 만난 사람] 은은한 달빛을 닮은 그녀, 조월인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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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가 만난 사람] 은은한 달빛을 닮은 그녀, 조월인 조합원
[2018.02.05]
김종필 / 느티나무 사무국장
이제 가끔 ‘나이 들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나이가 됐다. 나이가 들면 어디서 뭘 하고 살지? 하는. 사실 딱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런데 분명한 건 하나 있다. ‘아~ 나이 들면 저 분처럼 살아야겠구나...’하는. 내겐 그런 롤모델이 조월인님이다.
입춘이 지났지만 바람이 매서운 월요일 아침, 드라이브를 나선 기분으로 한강을 끼고 달려 양수리에 도착한다. 똑똑, 노크를 하고 집에 들어서니 거실 창 너머 한강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월인님이 차를 준비하는 동안 앉지도 않고 선채로 창 너머를 한참 바라본다. 얼어붙은 강물 위를 덮은 흰눈이 조금 차가운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평화롭다. 아~ 매일 이런 경치와 함께 해서 그런 삶을 사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찻상을 사이에 두고 앉으니 대~앵~대~앵~ 하는 추억의 소리가 들린다. 괘종시계. 11번 종소리를 듣는 동안 어릴 때 태엽을 감던 추억도 떠오른다. ‘시계 밥 좀 줘라~’하는 아버지의 목소리도 함께.
= 요즘 보기 드문 시계가 있네요?
한 10년도 전에 황학동 풍물시장에서 샀어요. 살 당시부터 고장 난 시계였는데 예뻐서 만원 주고 사서 그냥 걸어뒀어요. 근데 한 3년 전 우연히 청주에 시계 장인이 있다는 정보를 알게 돼서 아들을 졸라 같이 갔죠. 그 시계 장인이 보자마자 이런 귀한 물건을 어디서 구했냐고 하더라고요. 100년도 넘은 시계라고. 조금 살펴보더니 고칠 수 있겠다고 하는데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근데 전국에서 시계 수리를 의뢰하는 집이라 석 달이나 걸려서 고친 시계를 받을 수 있었답니다.
= 이름이 참 예쁘세요. 조월인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나왔나요?
엄마가 태몽을 꿨는데 둥근 달이 하늘에서 내려와 앞치마로 안았대요. 그 꿈을 들은 아버지가 달월(月) 자를 이름에 넣어야 한다고 해서 나온 이름이예요.
= 양수리엔 어떻게 들어오셨어요?
여기 오기 전에 수유리에 살고 있었는데 당시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사진 수업을 들었어요. 사진 수업을 하면 양수리가 가깝고 경치도 좋기 때문에 많이들 와요. 그때 이곳을 오가면서 막연하게 이런 데서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인생은 50부터’라는 카피와 함께 강이 보이는 창가에서 아내는 그림을 그리고 남편이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광고를 보게 됐죠. 그게 지금 사는 삼익아파트 광고였던 거예요. 올커니, 하고 분양신청을 해서 1999년부터 여기서 살게 됐죠.
= 하시는 일이 많은 걸로 들었어요.
양수리에 ‘두물머리생태학교’라는 곳이 있어요. 주로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생이 와서 각종 체험 생태 학습을 하는 곳인데요. 여기에서 야생화를 키우고 종류별로 화분에 담아서 아이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일을 해요. 보통 4-5월에 사람이 많은데 벌써 예약이 다 찼을 정도로 인기도 많아요. 이 생태학교에서 3월부터 10월까지 일하고 겨울에는 쉬면서 취미활동도 하고요.
두머리부엌에서는 2년간 이사를 했고, 지금은 운영위원으로 함께하고 있어요.
= 취미활동은 어떤 걸 하세요?
요새 집중하는 건 민화요. 옛날엔 염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방색을 기초로 해서 그리는데 단순하면서도 꾸밈이 없어서 매력적이에요. 주로 풍속과 관련된 걸 그리니 친근감도 있고요. 배운 지는 한 1년 반 정도 됐고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들어요.(거실에는 직접 치자 염색을 한 한지에 밑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계속 하얀 한지에만 그렸었는데 치자 빛깔이 고와서 직접 염색을 하셨다고 한다.)
사진을 따로 찍지는 않지만 오가면서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담고 있고요, 난타랑 풍물도 한답니다.
= 느티나무는 처음에 어떻게 접하셨어요?
두머리부엌을 통해서요. 당시 느티나무 이사를 하고 있었던 강춘희님한테 들은 것 같아요. 근데 그 전부터 생협처럼 의료 쪽도 협동조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어요. 먹거리를 믿고 살 수 있는 것처럼 의료도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 이용해보시니 어때요?
완전 만족하고 있어요. 다른 병원 가면 사무적이고 직업적인 느낌이 많이 나자나요. 어떤 경우엔 정나미가 뚝 떨어질 정도로 불친절한 경우도 있고요. 느티나무는 편안하게 진료도 받고 가끔은 원장님이랑 아들 흉도 보고 할 정도니 좋을 수밖에 없지요.
= 느티나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당뇨나 고혈압 등 질환별 소모임이 있으면 좋겠어요. 서로 지지도 하고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는 생활습관이나 먹거리 등에 대한 정보고 공유하고요. 요즘 TV를 켜면 각종 의학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도 많지만 정보가 너무 넘쳐나서 선별하기가 어려울 정도잖아요.
한 가지 걱정은 생협도 그렇고 느티나무의료사협도 그렇고 요즘 조합원들이 협동조합을 단순한 소비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아서 좀 아쉬워요. 조합원 참여가 좀 늘어나면 좋겠는데 쉽지가 않아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향후 5년 정도 안에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크루즈 여행을 화려하게 한번 해보고 싶어요. 지금 적금도 넣고 있답니다.^^ 기회가 된다면 민화 전시회도 해보고 싶고요. 느티나무 대기실에 있는 갤러리에서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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