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포토에세이 01] 버림받았던 동물들의 새로운 삶이 아픈 사람의 집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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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6-09 15:48 조회1,18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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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포토에세이 01] 버림받았던 동물들의 새로운 삶이 아픈 사람의 집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2023년 4월 4일
김종희 의사/느티나무의원(느티나무의료사협)
뇌수두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할머니집에 왕진을 갔다. 초인종을 누르면 우당탕탕 개들이 달려와 반기며 짖는다. 인간화된 애완견이라기 보다 천방지축 어린아이들이 달려오는 것 같다. 그 아이들은 2년전 마산에서 안락사를 당할 운명의 유기견이었다. 할머니를 돌보는 딸이 그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데려다 가족처럼 함께 살고 있다. 처음에는 집안 어디에 있어야 할지 몰라 눈치를 보았고 메말랐었다. 지금은 버려지고 못먹던 시절에 대한 생존본능때문인지, 너무 잘 먹어서 어깨와 목이 굵어져 '떡대'란 애칭이 생겼다. 지난 겨울에는 길거리에 버려진 고양이가 죽은 거 같아, 잘 묻어주려고 집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다시 살아나 이쁜 새가족이 되었다. 왕진 가서 진찰하고 문진하는 동안 동물 가족들이 옆자리를 지킨다. 할머니의 우울증은 이 아이들과 함께 있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다. 버림받았던 동물들의 새로운 삶이 아픈 사람의 집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돌봄에 지친 딸의 목소리와 눈도 이 아이들 덕에 총명한 듯하다. 우리는 서로를 돕고 의존하며 힘을 얻는다.
다음 왕진은 점심 시간에 맞추어 와달라고 한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식사에 초대되어 지금부터 설렌다. 할머니, 돌보는 딸, 요양보호사, 사랑이 강아지,행복이 강아지, 소망이 고양이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