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정신과 의사, 장애인 다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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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16 15:38본문
[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정신과 의사, 장애인 다시 보다
임재영 느티나무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2020-07-06
장창현 원장님 덕분에 장애인인권영화제 사회자로 초대를 받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기도 했지만, 그 만큼 부담스럽기도 했었죠. 왜 부담스러웠을까요? 제 생애 장애인들이 함께 모인 자리에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긴장이나 불안감은 있을 테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그 동안 왜 한 번도 그분들을 만날 수 없었는지 자문해봤습니다. 들려온 대답은 ‘정신과 의사니까’였는데요.
(다음은 제 마음에서 들려온 두 입장(A/B)의 소리들입니다.)
A: 나는 몸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라서 그런 거지.
B: 엥? 그게 이유야? 신체장애인들 중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없을 리 없잖아? 몸과 마음을 나눌 수도 없는 것이고..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픈 거 잖아.
A: 그렇지. 그래도 대신에 ‘정신장애인들’을 만났었잖아. 병원에서, 센터에서.
B: 그런데 그건 네 일이 그분들을 돕는 일이라 그런 거지.. 네가 개인적으로 따로 시간을 내서 그분들을 만났던 건 아니잖아?
A: 그렇긴 하지.. 창피한 말인데.. 그 동안 내가 ‘신체장애인들’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
B: 솔직해서 좋네! 이번 기회로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
제가 느꼈던 부담감은 바로 창피함이었습니다. 신체장애인들은 저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아왔던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었죠. 제 둘째 아들은 ‘발달장애’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 아이를 비롯한 발달장애인들에게 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내 아이만 생각했던 거죠.
제 주변을 한번 둘러봤습니다. 장애인주치의 김종희 원장님이 먼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물어봤습니다.
임재영 : “선생님은 언제부터 장애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김종희 : (쑥스러워하시며) “아.. 제가 오래 전에 코이카(KOICA) 해외봉사를 갔었는데 그때 장애인들이랑 같이 생활하고, 도와드리면서 생겼던 거 같아요.
알고 보니 그러실 만한 계기가 있었더라고요. 저에겐 위로도 되고, 힘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다짐했죠, ‘앞으로 정신장애인, 발달장애인뿐 아니라 신체장애인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 그래서 김종희 원장님, 장창현 원장님을 따라 ‘장애인 건강 주치의’ 교육을 수료하였습니다.
언젠가 다시 제 자신에게 물어봤습니다.
A: 정신과 의사라는 이유로 마음 건강에 더 치중해서 몸 건강을 덜 중요시한 거 아냐? 그러다보니 너 스스로 장애인을 둘로 구분하고, 관심도 차별한 거 아냐?
B: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내가 장애인을 차별했다고??
A: 장애인을 차별했단 말이 아니라, 신체장애인보다 정신장애인에게 훨씬 더 관심을 가졌던 거 아니냐고?
B: 맞아. 그랬어. 굳이 변명하자면 의도적으로 신체장애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했던 게 아니라 정신장애인에게 관심을 더 가지다 보니 그랬던 거 같아. 상대적으로..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더 변명하겠습니다. 제가 3월 달 느티나무 의원에 오기 전엔 가까운 지인들 중에 신체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갖거나 그들을 치료하거나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딱히 계기가 없었던 것이죠. 어쨌거나 저는 느티나무 의원에 온 덕분에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들에게 무관심했다는 것을요. 그리고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그분들에게 관심을 갖겠다고요.
7월의 첫 번째 일요일에 저는 시각장애인들을 만났습니다. 저처럼 상담을 하시는 분들인데 약속된 시간 90분을 넘겨 무려 150분간 쉬지도 않고 함께 이야기를 나눴죠. 저에겐 첫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나기 전이나 만나는 동안 부담감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 우리는 올해 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제 부끄러운 고백과 영광스런 경험을 통해 장애인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지를 띄웁니다.
♣ 마음건강은요
2016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마음의 병'을 경험합니다. 정신질환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나의 이야기 입니다. 문턱이 낮은 느티나무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마음 건강'을 챙기세요.
♣ 느티나무의원의 진료는 이렇게 다릅니다.
‘마음주치의’와 ‘함께 하는 의사 결정’ 마음주치의와 상의하여 치료의 모든 과정을 함께 결정합니다. 이는 상담 치료의 이용 뿐만 아니라 약 이용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약을 이용하는 치료의 시작 시기부터 약의 효과와 부작용, 치료 종료 시기를 모두 함께 상의하며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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