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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코로나 시기 왕진과 원격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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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1-1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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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 왕진과 원격의료

김종희 느티나무의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2020-06-07

코로나 사태가 5개월을 넘어서지만 전사회적 방역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가을 2차 코로나 대유행을 예측하는 전문가의 이야기에, 우리는 어쩌면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세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의료의 영역에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위시한 원격의료 도입을 들고 나왔다. 나는 매주 정기 왕진이라는 대면진료를 통해 지속적이고 통합적인 주치의관계를 맺어 가는데, 또 다른 의사의 비대면진료원격의료는 어떤 환자의사관계를 맺어갈지 궁금하다. 코로나 시기에 왕진으로 만난 몇몇 우리 이웃 주민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며칠 전 왕진 서비스를 이용하여 집에서 어머니 임종을 맞이할 수 있었던 지인을 만났다. 코로나로 의료기관들의 방역이 엄격해질 때, 뇌경색을 앓는 지인의 어머니는 병원에서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로 연명하고 계셨다. 정신이 들 때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씀을 반복하셨고, 지인은 어머니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내게 연락해왔다. 나는 지인이 살고 있는 집 근처에 왕진 서비스를 하는 의료기관을 연결해드렸다. 임종을 앞둔 어머니는 집에서 왕진과 가정간호서비스 그리고 가족의 돌봄을 받으며 마지막 삶을 마무리 하셨다. 지인은 어머님의 마지막 소원인 집으로 가고 싶다는 소원을 왕진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고관절과 허리 수술 후 외출이 불가능한 80대 할머니 집으로 왕진을 갔다. 지난번 방문 혈액검사에서 혈당이 매우 높아 약을 추가하였고, 요양보호사에게 평상시 혈당 기록을 부탁해두었었다. 이번에 측정한 혈당은 매우 안정화되었다. 요양보호사의 기록도 양호하였고, 약을 올린후 저혈당 증상도 없었다. 할머니는 큰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며 음료수를 권한다. 그러면서 또 다른 고민을 이야기하신다. ‘아파서 잠을 못자겠어요’. 통증주사를 놔드리고, 수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통증 약을 조정해보기로 하고 돌아왔다.

욕창이 심한 어머니를 돌보는 딸에게서 왕진요청을 받았다. 어머니는 파킨슨이 악화되면서 몸이 나무토막처럼 경직되었고 와상으로 지내면서 욕창이 생겼다. 욕창으로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다가, 지금은 딸이 매일 두 번 집에서 어머니 욕창을 치료해드리고 있다. 딸은 의사가 왔다는 것에 환호했다. 왕진시범사업이 시작되기 전에 국민신문고에 왕진을 꼭 하게 해달라고 수차례 글을 올렸다고도 한다. 욕창 상태가 어떤지 자신이 없어서 더 잘 배워서 돌보고 싶다고 한다. 딸은 왕진과 함께 어머니를 집에서 더 잘 돌보겠다는 희망을 키운다.

원격의료는 스마트워치를 비롯한 의료용 사물인터넷(IoMT)을 이용한 진료이다. 진료실의 모니터를 재택으로 확장하고 전문과로 분절화된 의료서비스를 강화한다. 공감은 사라지고 생체정보와의 만남이 더욱 강화된다. 한정된 보험재정이 원격의료로 치우치게 되면서, 정작 왕진이 필요한 무수히 많은 재택환자들의 의료 접근권을 제한하게 될까 걱정이다. 원격의료는 고립을 더 강화시키지는 않을까? 왕진 본인부담금을 내기 어려워 서비스를 이용 못하는 극빈층도 많은 게 현실이다. 보다 절실한 것은 병원에 오지 못하는 재택환자를 왕진을 통해 지속적인 주치의관계를 이어가는 통합적인 건강계획과 돌봄 정책이다. 그 정책은 환자와 환자가족이 무엇을 원하는지 묻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의료와 돌봄의 협업이 이루어지는 새로운 왕진 방문의료가 코로나시기를 맞이하여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코로나가 한창인 요즈음 읽은 <웃으며 죽을 수 있는 병원>에는 역설의 진리가 담겨있다. 웃음과 죽음의 만남.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 소망을 들어주는 행차의료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인술이란 환자의 '욕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래서 의료는 환자와의 공동행동이다. 그 시작은 병원이 환자와 환자 가족의 바람을 더 잘 듣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기 환자의 마지막 소망을 들어 주려고 노력하는 병원, 이것이 미담이 아니라 병원의 존재 이유이고 미래가 되어야 한다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이 책을 소개한 나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어느 요양병원 수간호사가 구매방법을 문의해왔다. 그는 요양병원에서 5개월째 가족으로부터 격리된 환자들이 겪는 극심한 무기력증후군을 보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식욕저하, 불면, 불안, 거친 행동을 거쳐 극심한 우울, 표정 없는 얼굴 등 무기력의 신체화 증상을 앓는 환자들에게, 원격의료는 무엇을 제시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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