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띄우는 편지]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그날까지 다들 건강히 지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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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11 14:50본문
안녕하세요! 마음 주치의 임재영입니다. 수요일마다 느티나무 의원에서 여러분을 만났었는데 벌써 두 번의 수요일이 지나가버렸습니다. 9개월간 ‘수요일은 느티나무에서 보내는 것’에 익숙해져서 이번 수요일에도 전 뭔가 허전했습니다. 만나야 할 분들을 만나지 못하는 것처럼, 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은 것처럼요. 제가 처음 느티나무 가족들을 만난 건 작년 11월초였습니다. 강연을 의뢰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갔었죠. 그 날 강연을 마치면서 제가 드렸던 인사가 생각납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미리 준비한 말은 아니었고, 즉흥적으로 나왔던 말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날 저는 여러분께 약속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느티나무 의원에서 수요일마다 진료를 보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로부터 9개월 뒤 똑같은 인사를 할지는 몰랐습니다. 역시 미리 생각한 말은 아니었고, 머지않아 다시 만나길 바라는 기대에서 했던 말입니다. 작년 11월초에도 같은 말을 같은 마음으로 여러분께 전했었죠. 이런 말씀을 드리다보니 느티나무 의원을 떠난 게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만나고,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자는 인사는 헤어질 때나 헤어지고 나서야 하는 말이니 이별이 마음에 더 와 닿는 것 같아요.
“다들 건강히 지내시나요?”
11월 말경부터 수도권 코로나 확산이 점점 더 심각해지는 상황이라 개인적으로 걱정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의료기관이다 보니 열나는 분, 기침 나는 분도, 목 아픈 분들도 찾아오실 텐데 불안감과 부담감을 느끼며 일 하실 동료 선생님들 염려가 됩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11월 25일 저녁 강의가 생각이 나네요. 원래는 오프라인 강의로 공지했으나 당일 갑작스레 온라인으로 변경이 됐었는데요. 그날 제가 열감과 몸살 기운이 있고, 몸 컨디션이 좋질 않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당일 오전에 급하게 변경 요청을 드렸던 겁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으로 판명이 나긴 했지만, 요즘은 매일 아침마다 늘어나는 수도권 확진자 수를 보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주변 아주 가까운 곳까지 다가왔음을 실감합니다. 방역에 각별히 더 주의를 기울이시고, 건강 관리에 더 신경을 써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그 놈의 바이러스 때문에 느티나무 가족들과 송별 회식은 고사하고 식사도 아직 못했습니다.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어요. 두세 달에 한 번식 일 마치고 같이 치맥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시간들이 벌써 그립네요. 하루 종일 진료에 매진하고 동료 선생님들과 나눈 정이기에 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함께 모여 잔과 정을 나누고 싶네요. 저뿐만이 아니겠죠? 여러분들도 친구들, 지인들, 동료들 만나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바라실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그리움과 간절함 고이 간직했으면 해요.
느티나무 의원에 와서 많은 걸 배우고, 많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요.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시절부터 작년 말까지 10년 넘게 정신과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다 보니 오랫동안 마음 치료에만 치우쳤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올해 느티나무에 와서부터 몸 치료까지 하게 되면서 오랜만에 의사 같은(?) 의사가 된 기분도 느꼈습니다. 물론 정신과 의사가 의사 같지 않다는 말은 아니고요. 청진기도 쓰고, 혈압계도 쓰고, 펜 라이트/설압자도 쓰다 보니 그랬던 거 같아요. 독감 주사까지 놨더니 더더욱 그랬던 거 같습니다.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설레기도 했지만, 긴장되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두 감정 모두 제 심장을 뛰게 했고, 저에게 신선한 에너지를 불어넣어줬습니다.
<진료실에서 보내는 편지>를 통해 느티나무 의료 사협을 끌어주시고 챙겨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수요일마다 서툴고 부족한 저를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주신 느티나무 의원 선생님들께는 더더욱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조만간 다시 뵙겠습니다. 그날까지 다들 건강히 지내주세요~”
2020.12.10.
경기도립정신병원에서
마음 주치의 임재영 드림
♣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돈을 벌기 위한 의료가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의료를 추구합니다. 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합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래도 아플 때에 정직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의 건강을 돌보는 데도 힘을 쏟습니다.
이웃과 함께, 자연과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는 건강한 지역 공동체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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